본문 바로가기
(케-)세라 솔직히 말하면

[파일럿 에피소드] 솔직히 말하면- 연상연하편

by pnuquesera 2026. 3. 4.

 

솔직히 말하면 · 파일럿 에피소드

이상형: 연상·연하

2026.03.02 월요일 오후 6:30 완독까지 약 14분 장소: 홍예당
비타
웹진 편집부 · 진행자
이 코너의 임시 진행자. 이상형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찔함을 호소한다.
채원
웹진 편집부 · 케세라 운영위원
첫째 딸 같은 연상을 좋아한다. 언니 노릇 하려다 어버버하는 연상에 갭모에를 느낀다.
웹진 편집부 · 케세라 운영위원
연상 중에서도 선생님을 좋아한다. 노인정 가서도 연상을 찾을 것이라 예고한다.
오프닝 코너 소개 및 자기소개
 
비타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설된 코너 진행을 맡은 비타입니다. 저희가 아직 코너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요. 후보로 '콩가루 토의', '솔직히 말하면'이 나왔는데 어떤 걸로 결정될진 아직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오늘은 파일럿 에피소드고, 첫 번째 주제로 선정된 건 이상형 — '연상·연하'입니다. 지금 채원님과 은님이 나와 계신데요. 두 분 자기소개 해주실 수 있을까요?

채원
저는 채원이고요, 웹진에서 편집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타: 더 길게 해주세요) 다른 거 더요? 저는 연상이 좋고요. 오늘 연상파로서 참석했습니다.
저는 은이고요, 저도 편집부면서 케세라 운영을 맡고 있어요. 저도 연상파인데, 이렇게 되면 오늘 연하파 대표가 없는 것 같네요. 아무튼 그렇네요.
1부 연상파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비타

이번 코너 주제 선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가 '기념일을 지내는 법', '퀴어 연프 코멘터리', '에세이 출판 윤리' 등 후보가 여러 개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이상형: 연상 연하' 특집을 하자고 강하게 주장하신 분이 은님이셨어요. 이 주제를 선정하신 계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형에 대해서요?
비타
이상형도 그렇고, 이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아서 선택하신 것 같아서요.
다들 연상 좋아하지 않나요? 이게 더 얘기가 필요한가요? 연상 좋잖아요.
채원
연상 오타쿠 토크를 하고 싶었어요. [웃음]
비타
이 자리에 연하파는 없으니까 오늘은 은님, 채원님이 어쩌다 '연상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심층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그러면 일단, 각자 평소에 속해 있는 무리에서 보통 연하인지 연상인지 얘기해볼까요?
비타는 어때요?
비타
저는 케세라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막내 쪽이 맞는 것 같아요, 놀랍게도. 저는 20대 초반에 독서 모임이나 공부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는 편인데요. 제가 새로운 모임을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제가 나이 먹어갈 때 모임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나이 들어가니까 나이차는 변하지 않죠. 그렇게 계속해서 막내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아요. 두 분은 어떠세요?
저는 주로 동갑이랑 노는 편이에요. 같은 나이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놀고, 재수를 하다 보니까 한 살 어린 동기들이랑 만나게 돼서 02년생이 많아요. 근데 02년생도 연하잖아요.
비타
그럼 은님한테 언니라든가, 누나라든가 그런 호칭을 써요?
맞아요.
비타
그러면 연상이 되는 거네요, 주로. 동갑이랑 있을 때랑 차이가 느껴지나요?
처음 스무 살에 학교에 들어올 때는 한 살 차이가 크잖아요. 그때는 차이가 좀 났던 것 같은데, 지내다 보니까 그냥 다 동갑 같고 연하처럼 안 느껴지더라고요.
비타
은님이 연상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의식은 안 느끼세요?
저는 항상 깁을 받는 쪽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연상을 찾아서 착 붙어서 깁을 탈취했죠. 저희 학번이 코로나 끝나고 들어와서 나이 많은 사람이 꽤 있었거든요. 25살 넘은 사람도 꽤 있었는데, 저는 그런 사람들한테 착 붙어서 깁을 갈취했어요.
비타
은님께서 깁을 어떻게 갈취했는지 일화를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항상 숨 쉬듯이 깁을 갈취했어요… 근데 전 말만 이렇게 하지 실제로 행동을 못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제가 깁을 줬던 것 같아요. 후배들한테 이거는 이렇게 하는 거고, 수강 신청 이렇게 하고, 학과 시험 요렇게 치고.

결국 걔네들이 저보다 먼저 임용에 붙었지만… 결국 연상은 멀리서만 바라보게 됐어요.

비타
그렇군요. 생각해보면 은님은 학부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나 교수님을 좋아하는 편이라 무조건 연하 포지션이구나… 채원님은요?
채원

저는 제가 무리에서 연하인 편이에요. [웃음] 가족에서는 제가 중간이에요. 연상인 이모들이 있고, 사촌 언니가 한 명, 밑으로 사촌 동생이랑 남동생.

저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이랑은 잘 안 놀아요. 연락을 잘 안 받고 거리를 두는 편이라서 보통 동갑이 제일 많아요. 01에서 00년생 친구들이 제일 많아요.

비타
그 친구들은 어디서 만났어요?
채원
가장 많이는 학교에서 만난 동기도 있고, 수업에서 제가 간택한 친구들도 있고.
비타
교양 수업에서 만나고 그런 사람들이죠? 어떻게 간택하세요?
채원
그냥 삘이 오면 옆에서 알짱거려요. 옆을 맴돌면서. [웃음] 맛있는 거 하나씩 주고, 책 읽고 있으면 질문하고, 그런 식으로.
2부 연상연하의 속성 해부하기
 
비타
생각해보면 연상의 속성, 연하의 속성은 사실 나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연하인데 연상 같은 사람이 있고, 연상인데 연하 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아이돌만 봐도 맏내가 있고 리더 같은 동생이 있잖아요. 연상 연하는 어쩌면 생물학적 나이보다는 내가 어떤 역할을 맡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두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상의 이상적인 모습은 선생님이죠. 나를 이끌어주고, 롤모델이 되어주고, 내가 뭔가 하고 있으면 "아, 이건 말이지—" 하고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깃을 주는, 배울 점이 많은 분. 그렇게 보면 연상·연하는 비타님 말대로 나이가 아니라 관념적인 거죠.
비타
먼저 도와달라 말하기 전에 도와주는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 근데 '배울 점'이라는 게 저는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사람의 인식에 따라 다르지 않나요? 은님한테는 무엇이 배울 점인가요?
맞아요. 사람마다 달라요. 연상이나 롤모델 같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요소는, 일단 뭔가 성숙하다는 것, 깁을 잘 준다는 거죠.
비타
'깁'이라는 용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좀 더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수동적으로 뭔가를 받고 싶어요.
비타
내가 뭘 받고 싶은지 모를 때도 있잖아요.

맞아요. 그냥 투정을 부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깁을 주기 싫어지는 사람이 있어요. "아 몰라, 알아서 해" 이렇게 되는 사람. 근데 어떤 사람들은 깁이 몸에 배어 있어서 "어머, 무슨 일이니?" 하고.

비타님을 예로 들어도 될까요? [비타: 아니요] 최근에 비타님에게서 연상미를 느꼈던 일이 있었어요. (채원: 감동이었어요)

비타
어떤 일화가 있었나요? 저는 듣고 싶지 않은데— [웃음]

지금 일기 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거든요. 23시까지 일기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업로드를 안 하면 "나는 모르겠다"고 던질 건데, 비타님은 매일같이 마감 1시간 전에—

채원
(비타 목소리 재현) "오늘도 일기 쓰기 시간이 돌아왔어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쓰고 나면 뿌듯할 거예요."
또 혹시 일기 소재가 안 나신다면 이런 주제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비타님은 웹진 원고 편집할 때는 문장 단위로 조각조각 쪼개서 코멘트를 다시잖아요. 그런데 일기는 그런 거 없이, "어머, 그랬군요. 저도 이래이래했답니다" 하고 댓글도 상냥하게 달아주고. 다 하고 나면 "오늘 일기 쓸 때 기분 어땠나요?" 이렇게 물어봐 주고. 이게 깁의 표본 아닐까요?
채원
동의해요.
비타
(헛웃음) 채원님 습관적으로 동의하는 버릇을 제가 좀 고쳐드려야겠다.
어머어머 이런 것까지 연상미 있으시다. [웃음]
비타
제가 채원님 덕분에 인지행동치료(CBT)를 공부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비타님이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심리학까지 공부하고 있다니. (채원: 나도 나를 모르는데 ㅠㅠ) 예전에 김태리 씨가 북튜브 할 때, 어린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청소년 심리학 책을 샀다고 하더라고요. 비타님이 심리학 공부한다는 거 보고 "어머—"
비타
여러분들이 그걸 본인 좋은 방식으로 로맨틱하게 생각하시는데, 영화 <한니발> 아시죠? 거기 보면 범죄 프로파일러가 연쇄 살인범을 이해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채원
그러니까 저희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건가요? [웃음]
비타
저는 그냥 다양한 가능성을 던져 보는 거예요. [웃음]
3부 연상 취향 기원을 찾아서
 
비타
그러면 은님은 연하가 끌린 적은 없었어요?
연하에게서 연상이 느껴질 때요. 나이가 어리다고 제가 잘 해줘야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얘가 나를 나데나데 해주고 있고. 채원님도 가끔 그런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채원
정말요? [웃음]
은님 파이팅~ [하면서 나데나데 해주고]
채원
파이팅, 짱, 대박. [웃음] 말버릇이에요.
비타
이 질문이 인신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봐 조심스러운데, 은님은 그러면 나이 들어서도 연하 포지션으로 사실 건가요?
그거 알잖아요. 노인정 가서도 연상 찾을 사람들이에요. 그런 얘기 들어보셨어요? [웃음]
비타
사실 이상형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잖아요. 고양이상, 강아지상이라거나 짧은 머리, 긴 머리라거나 다양한데, 은님에게 결정적인 요소는 '연상'이에요. 연상이라는 취향이 생성된 계기가 궁금해요.
(잠시 머뭇거리며) 이걸 말하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비타
일단 얘기해보세요. [웃음]
어릴 때 고모가 대신 키워줬었거든요. 학습지 선생님이셨어요. 그때부터 뭔가 너무 좋은 거예요. 내가 모르는 거, 숫자 쓰는 거, 한글 쓰는 거 가르쳐주고, 너무 듬직했어요.
비타
진짜 너무 어릴 때네요. 저는 중학생 시절쯤일 줄 알았어요.
그렇죠. 그때가 4살이었는데. 그 뒤로도 죽 옷가게 언니나 엄마 친구 딸 언니 같은 분들을 좋아했어요.
비타
지금 프로이트 구강기 애착형성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요.

정신분석해야 된다고 했잖아요. [웃음] 부모님이 정말 방임형이거든요. 미국식 자유주의 교육 아시나요? 그 쪽이에요. 어릴 때는 아무것도 안 가르쳤어요. 뛰어 노는 게 중요했죠.

그런데 고모는 "안 돼, 이제 숫자도 배우고 한글도 배워야 해" 했던 거예요. 너무 멋진 거예요. 그 뒤로 항상 언니 같은 사람한테 마음이 쏠렸고, 그때부터 그 분을 덕질했었어요. 너무 오래됐다. [웃음]

비타
그럼 방에 고모랑 부모님 둘 다 계실 때 고모한테 다가갔겠네요.
좀 그랬네요. [웃음]
비타
어쩔 수 없죠. 진짜 돌봄을 해줬던 분은 고모셨으니까. 그런 것들이 있었군요.
4부 챙겨주고 싶은 연상
 
비타
채원님은 연상이 이상형이 된 구체적 계기가 있나요? 혹은 이상형에 있어 나이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나요?
채원
저는 그것보다는 가치관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비타
어떤 가치관이요?
채원
먹는 게 중요해서 채식을 해야 돼요. 채식 실천을 안 하더라도 나랑 같이 먹는데 싫어하거나 하면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져요. 내가 먹는 걸 같이 맛있게 먹을 때 호감이 가요.
비타
먹을 거 만들어 주는 것도 좋아하세요?
채원
그럼요. 먹이는 거 좋아해요.
비타
그 지점은 연상적인 순간 같네요.
채원
저랑 은님이랑 연상을 좋아하는 이유가 달라요. 저는 연상이 언니 노릇을 하려고 하는 게 꼴려요. [대폭소] 뭔가 그래서 미숙해야 돼요. 언니 노릇을 하려 하는데, 뭔가 미숙하거나 다른 연약한 부분이 있어야 해요. 더 어른이고 나를 챙겨주고 싶어 하지만, 내가 챙겨주는 관계를 맛도리라 생각해요.
비타
(잠시 침묵) 연상의 전문성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렇게 하려다 서투른 모습에서 갭모에를 느낀다는 거죠? (채원: 맞아요) 저 조금 무서워졌어요. 채원님도 이상형이 형성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세요?
채원
제가 좋아했던 사람들 되돌아보면 다 그렇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언니 노릇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사람. 오히려 내가 챙겨주고 있는 것 같고, 내가 챙겨줄 때 기쁨을 느껴요.
비타

채원님 얘기 들으니까 BL에서 나오는 키워드가 생각나요. #연상수 #연하공인데 연하공 키워드에 #계략공이 들어가 있고, 연상이 연하를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연하공이 뒤에서 상황을 다 컨트롤하고 있고 연상 인간관계도 밑작업해서 다 끊어놓고.

[침묵] 대단하시다. 저 진행 그만해도 될까요? 이 정도 깊이까지 알고 싶지 않았어서요. [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이상형에 연상 연하가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실제로 연하를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되게 듬직했어요. 일종의 관념적 연상이었어요. 저도 두 분 못지않게 기묘한 기믹이 있는데, 연상이 실제로 연상 짓을 하면 화가 나요. 그러니까 같은 일에 대해서 연상이 가르치려 들면 반발감이 들면서 "니가 뭔데 가르치려 드냐"는 마음이 생겨요. 그런데 연하가 마치 연상처럼 한다 하면 귀엽다는 마음이 생겨요.

5부 꼴리는 연상과 안 꼴리는 연상
 
비타
두 분은 실제로 연상, 연하들을 만나봤을 때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나요?
실제 연애에서요?
비타
연애나 썸이라든가, 번개라든가 어쨌든 성적 호감을 기반으로 하는 만남에서요.
원하는 건 한 10살, 20살 연상인데, 실제로 썸 이상으로 가면 그들과 대화가 잘 안 되더라고요. 주변 환경도 다르고 얘기할 게 없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5살에서 10살 이하가 좋은 것 같아요. 말이 잘 통해요.
비타
말 잘 통한다고 느꼈던 건 연상이 연하한테 다 맞춰주려고 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그들의 그 맞춰주는 노력이 좋은 거죠.
비타
얼마나 능숙하게 맞춰주는가에 따라 연상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지겠군요. 연상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다양한 연상이 있잖아요. 아빠 같은 연상, 엄마 같은 연상이 있고. 은님께서는 연상 범주 안에서 세부 분류법이 있나요?
제가 분류한 건 '꼴리는 연상'과 '안 꼴리는 연상', 그 두 개밖에 없어요. 안 꼴리는 연상은 그냥 나이만 많은 연상, 너무 정상성에 동화된 연상, 부장님 연상이고, 꼴리는 연상은 지친 좌파상, 활동가상, 책 냄새 나고 목소리 나긋나긋하게 재워줄 것 같은 그런 분들이에요. 지적인 케어를 줄 것 같은 연상을 원해요.
❌ 안 꼴리는 연상
나이만 많은 연상
정상성에 동화된 연상
부장님 연상
✓ 꼴리는 연상
지친 좌파상
활동가상
책 냄새 나는 대학원생
비타
채원님이 활동가상 아닌가요?
채원
제가 활동가상이에요? [웃음]
비타
아닌가요? 집회에서 춤패도 보이셨잖아요.
채원
이런 얘기는 하지 맙시다. [웃음]
그리고 대학원에 많은, 책 냄새 나고 목소리 나긋나긋하게 재워줄 것 같은 그런 분들. 지적인 케어를 원해요.
비타
뭔가 영혼을 지도해주길 바라는 것 같네요.
맞아요. 플라톤을 원하는 거죠.
비타
두 분 이상형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신분석가가 돼서 억압된 욕망을 듣고 있는 기분이에요. [웃음]
[무시하고] 연상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에게 꼴리는 건 아니랍니다. 연상한테서 롤모델을 바라는 게 아닐까요. 나랑 닮아 있지만 나보다 앞서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을 따라가면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비타
지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김민희·홍상수예요. 지적이고 예술적 탁월함을 가진 홍상수를, 잘생긴 남자 배우들 다 만나봤던 김민희가 결국 선택했잖아요.
그거 같네요. 소크라테스랑 알키비아데스처럼요. 저는 외적인 것도 보니까 그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6부 채원의 이상형 — 가부장적 부치이면서 비건
 
비타
채원님은 연상의 분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채원
엄마 역할은 안 되고, 독립적인 첫째 딸 같은 연상 느낌에 호감이 가요. 겉보기에는 되게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챙겨줘야 될 게 있네, 하는.
비타
어렵다. 혹시 거울식이에요? 거울 단계 같은 건가요? 겉보기에 잘하고 있는데 속은 알고 보면—
채원
저는 겉보기에도 잘 안 하고 있어서요. (은: 잘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뭔가… (갑자기) 죄송해요.
비타
그러면 영화 캐릭터 중에 이 사람 진짜 이상형이다, 저런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꿈이 있으세요?
채원

최근에 <러브 미>라는 드라마를 봤거든요. 서현진 나오는 거. 거기 서현진이 되게 이상형이에요.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고, 직업적으로도 잘 나가고 혼자서 삶을 잘 사는 것 같은 사람인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되게 힘들어하는 거예요. 그 외로움을 옆집 남자가 채워주는데, 그걸 보고 "나도 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비타
서현진이요, 아니면 그 옆집 남자가요?
채원
옆집 남자요. 처음에는 서현진이 되게 경계하다가, 그러면서 마음을 열어가는. 그러니까 나는 다른 사람한테 기대고 싶었구나, 이런 걸 알아가더라고요.
듬직해 보이는 사람한테서 틈새가 느껴질 때, 내가 저걸 채워주고 싶다.
채원
저 사람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웃음]
비타
제 친구 중에서는 부양 욕구 있는 애가 있거든요. 돈은 내가 벌 테니까 애인은 예술 같은 거 하면 좋겠다, 집에서 꽃꽂이 하고 퇴근하면 반겨주는 걸 이상향으로 생각하더라고요. 채원님의 부양 욕구는 뭔가 비슷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채원
돈은 제가 벌고 싶지 않아요. 저는 집에서 노동을 하고 싶고, 정신적인 부분만 제가 채워주고, 경제적인 건 책임질 자신이 없어요.
둘 다 부양해 주셔야죠. [웃음]
비타
보통 전통적인 이성애 관계에서 아내가 그런 역할을 하잖아요. 일하고 와서 지친 남편 자존감 부양해주는. 그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채원
맞아요. 그래서 저 이성애가 좀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은데요. 근데 좀 (담담하게) 잘 안 돼서 힘들어요.
비타
이성애 남자 대부분이 비건을 안 해서 찾기 힘들겠어요. 인권운동 판에서 찾아보면 있으려나.
채원
그런데 저는 여자의 얼굴이 좋아요.
그러니까. 채원이 아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내 얼굴도 좋아. [웃음]
비타
예쁘게 생긴 비건하는 이성애 남자냐 돈 벌어오는 예쁜 비건 퀴어 여자냐…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채원
근데 시스 헤테로 남성에게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요.
그러면 젠더 쪽으로 가셔야 되나요?
채원
그쪽으로 가야 돼요.
아니면 부치를 남편으로.
채원
그게 제일 베스트지 않나요? 진짜. 부치를 잘— [웃음]
비타
가부장적 부치이면서 비건하는 사람. 혹은 비건을 지향하지 않아도 채원님이랑 밥 먹을 때 눈치를 보는 사람. [웃음]
채원
비타님은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비타

제가 설렜던 순간을 회고해보면, 연하가 제게 정서적 연상짓을 하려 했던 순간이 많아요. 일화 하나만 소개하자면 체리 한 팩을 사서 [삭제]

[삭제] 뭔가 기괴함일 수도 있지만, 그때 저는 좀 설렜던 것 같아요.

채원
대박이다. 저는 그냥 씨 삼켰을 것 같아요. [웃음]
비타
진짜요? 저는 그 모습이 자신의 충직함을 증명하는 모습으로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해요.
7부 수작부리는 법
 
비타
두 분은 연상미가 있어서 설렜는데 알고 보니 20살이었다면 어떨 것 같아요?
채원
20살은 안 될 것 같아요.

 

비타
21살은요? 최소 한도가 있는 거예요, 아니면 상대적 나이 차이 기준인가요?
채원
지금으로서는 한 23살.
비타
한도가 높다. 23살이면 채원님이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잖아요.
유교다. 저는 솔직히 나이는 상관없을 것 같아요.
비타
연하도, 스무 살 이상이면 상관없다?
이 사람이 관념적 연상이구나 하면 되는 거죠.
비타
진짜 멋있게 생겼고 처음 만났을 때 말하는 것도 멋있어요. 근데 나중에 학생증 보니까 막 고등학교 졸업한 새내기야. 그러면 호감도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엄청 올라갈 것 같아요. 연상 역할도 하면서 나이도 어리다. 오래오래 살아서 나를 부양해줘야지. [웃음]
비타
그러면 그 분께서 지병이 있다면요?
그럼 제가 대신 돌봄을 제공해줘야 되겠죠. 좋다. (채원: 감동이다.) [웃음]
비타
채원님은 스무 살 이상 나이차는 사람한테 설렌 적 있나요?
채원
진짜 없는 것 같아요. 일단은 그 정도 나이 차이 나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었고, 엄마 친구나 선생님 이런 사람들이 아니면요.
비타
선생님한테 설레본 적은 없어요?
채원
선생님한테 어떻게 설레죠? (은: [놀라며] 선생님한테 안 설렌다고요?) 선생님한테 어떻게 설레요?
선생님이 "채원아" 하고 부르면 안 설레요?
채원
집에 가고 싶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 "손이 차갑네" 하고 걱정해줘도 안 설레요?
채원
감사하죠.
그럼 어떤 연상과 데이트를 했는데 되게 설렜어요. 데이트 끝나고 알고 보니 20살 연상 선생님이야. 그러면 어떡해요?
채원
곤란하네. [웃음]
비타
두 분 창과 방패의 대결 잘 봤고요, 두 분께서는 호감 있는 사람한테 언니나 오빠라고 부를 수 있다, 없다. 일단 저는 언니 오빠 등의 호칭은 개수작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그냥 님, 씨 하지 않나요?
채원
진짜요? 이쪽 사람들이나 꿘(운동권)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 거 아니에요?
비타
그럼 성소수자 모임에서 만났다고 가정하고 얘기해봐요.
레즈 앱에서 만나면 다들 언니 언니 하고.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 언니·형 부르는 게 수작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의식적으로 안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비타
언니는 일종의 페티시를 자극하는 것 같아요. 내가 당신과 썸을 타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전략 아닌가요?
채원
저는 좋아하면 언니라 안 부르고 그냥 이름 직접 불러요.
저는 차마 언니라고 부를 수 없는 나이대만 좋아해서, 그런 적이 없네요. 아쉽게도. [웃음]
8부 자기고백과 심연 사이
 
비타
어쩌다 보니 제가 오늘 두 분의 자기고백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혹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실까요?
저는 채원이랑 비타의 짝사랑 썰 듣고 싶어요.
비타
저는 지금 제 환경 자체가 사막이라서요. 여성학과의 좋은 점은 여성학과라는 점이고, 제일 어려운 점도 여성학과라는 점이에요. 시스젠더 남자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너무 좋은 데요? 가야겠어요, 제가. [웃음]
채원
저는 식스펙트럼이 넓고 새로운 여자에게 끌리는 편이 있어요.
비타
짝사랑을 자주 하시는 편이라면, 이상형 분에게 어떻게 다가가세요?
채원
근데 만나면 너무 불편해가지고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서 혼자 그 사람 생각하고 그런 게 재미있는 거죠.
비타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이 떠오르네요.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사랑의 대상보다는 사랑하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채원
맞아요. 정확한 것 같아요.
채원이 가장 최근에 짝사랑 얘기 해줘요.
채원
저는 좀 [삭제].
비타
(잠시 후) 잠깐만요. 저 지금 누구 얼굴이 떠오르는데요. @@님? (채원: 헉) 아 진짜 어떡해…
채원
[검열] 여기까지만 할게요.
비타
저 지금 럽식걸 된 기분이에요.
채원
마음이 아프네요. 집에 가고 싶다.
비타
제가 제일 집에 가고 싶은 거 아시죠?
비타님 왜 굳이 그걸 그렇게 후벼파세요? (채원: 그러니까요.)
채원
마음이 아프다.
이 여자, 미친 여자 아닙니다. [웃음]
채원
오늘 너무 솔직히 말한 것 같아서 후회돼요.
아니 이게, 저희가 사회적 체면이 없어서 이렇게 물어보시면 저희가 다 말해버려요.
채원
물어보지 마세요. [웃음]
비타
그러면 제가 안 물어보고 독심술로 맞춰보고 제가 복화술로 대답해서 기사 쓸까요?
채원
정신분석 해서 써주세요.
재미는 있으셨죠?
비타
재미의 수준을 넘어서, 아찔했어요.
연상연하 얘기하다가 어쩌다가 정신분석이 됐어.
클로징
 
비타
두 분 오늘 파일럿 에피소드에 나와 주셨는데, 소감 한번 들어볼까요?
채원
이 코너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요. [웃음] 다음에도 나오실 수 있는지요? (비타: 사람들의 호응에 따라 다르죠.) 있다면은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팬티에 자물쇠 채우고 오는 걸로 할게요.
정조대 차고 오시는 걸로. [웃음]
비타
다음번에는 제가 사이코메트리로 맞춰보겠습니다. 아니면 위자보드로 맞춰 볼까요? 채원은 뭘 좋아할까요? 위자보드에 물어보고 알파벳 움직이는 걸 찾아볼게요.그러면 모두가 상처를 받지 않겠죠.
어지럽네요. 이렇게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왔는데, 저희가 기획을 말아 먹은 것 같아서 너무 슬프고요. 진짜 소생을 시켜보자고 뇌에 힘을 줬는데도 그만 자꾸 빤스를 내리고 말아서 죄송하고. 그치만 어쩌겠어요?
비타
아니요. 제가 이 주제에 대해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유성애적이지 못했던 것 같고요.
채원
아니요 그냥 제가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저희가 문제죠. 다음번에는 이렇게 추잡한 대화 대신에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정신적 사랑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비타
아니에요… 세상에 나쁜 인터뷰이는 없다! 제 소감을 말하면 이번 코너는 팟캐스트 진행 방식을 참고했는데, 처음이라 조금 미흡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다 보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채원
좋은 경험이 되셨겠다. 좋은 추억이 아니고. [웃음]
비타
맞아요. 진짜 학습 능력이 뛰어나시다. 오늘 소중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케-)세라 솔직히 말하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직히 말하면] 대학원생 편  (0)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