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케-)세라 솔직히 말하면

[솔직히 말하면] 대학원생 편

by pnuquesera 2026. 5. 9.

솔직히 말하면- 대학원생 편


기획 · 작성 : 비타
교정 · 교열 : 비타 · 아버 · 장복길

 
 
일시: 20260508 금요일 16:00-19:30
장소: 부산대학교 여성학 협동과정 세미나실 

참여자
비타(여성학 협동과정 석사 수료): 좌담 내내 아버 님을 차마 아버님으로 부르지 못하고 "아버… 님"이라 부른다. 부산대학교에 머무른 지 12년 차, 10년 간 지어졌던 건물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

장복길(▢▢시스템학과 박사 수료): 이 웹진 좌담 덕분에 부산대에 이렇게 오래 다녔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충격을 받는다. 퀴어 굿즈를 휘감고 다니는 오픈리이나 놀라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아버(법▢전문대학원 18기): 18기의 올바른 발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 최애를 직접 조각하는 피그말리온으로 활동(?) 하고 있다.
 

목차


01—자기 소개
02—학과 소개
03—대학원생과 성소수자
04—대학원생의 방
05—대학원생의 먹고사니즘
06—대학원생과 스트레스 관리
07—학원괴담
08—마무리

 


01—자기 소개

비타: 다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오늘 처음 보는 사이도 있고, 구면인 사람도 있어서 이 자리의 취지를 먼저 설명드리고 자기소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코너 '솔직히 말하면'은 전문성 없이 아무 말을 장려하는 모임이에요. 이번 기획은 성소수자와 대학원인데요.  ‘성소수자들이 유의미하게 대학원을 많이 간다’는 풍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원생분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어요.
아버: 진짜요? 저는 그 풍문을 처음 들어봤어요. 제 주위에 퀴어밖에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타: 저는 이 소문을 여러 번 들었어요. 아마 제가 대학원생 퀴어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 풍문을 증명하기 위해서 전국의 성소수자 분들을 만 명 십만 명 모아서 정말로 대학원 진학이 많은지 통계를 낼 수도 없고 그 결과가 의미도 없으니까, 이 상황(?)을 계기로 대학원생 분들을 만나서 대학원 생활에 대해 여쭤보기로 했어요. 그럼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비타: 저부터 시작할게요. 동아리 활동명 비타입니다, 부산대 여성학 협동과정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지금은 논문 준비 중이에요. 학부부터 부산대학교에 있었으니 부산대학교에 다닌 지는 12년째가 되었어요. 초·중·고등학교 다닌 기간이랑 똑같아진 거죠.
장복길: 저는 12년에 2년 플러스했고요. 지금 활동명이 장복길로 되어 있나요? [비타 고개 끄덕인다.] 학부는 분자▢학과, 대학원은 ▢▢시스템학과로 넘어와서 지금 식물 관련 연구를 하고 있어요. 대학원은 6년째예요.
비타: 벌써요?
장복길: 오늘 트위터에서 대학원 입학 시험 트윗을 검색해봤더니 2019년이더라고요. 그걸 오늘 처음 인식했어요. 
비타: 복길 님은 그런 것 없나요? 저는 12년 동안 여기 있다는 게 영원히 깨어지지 않는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악몽을 꿔도 학교에 갇히는 꿈을 꾸는데, 난 평생 여기를 벗어날 수 없겠구나 [싶어요]
장복길: 안 돼요. 그런 거 말로 하면.
비타: 저만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장복길: 저는 중간에 몇 년 동안 PEET[약학대학편입시험] 준비를 한다고 잠시 사라졌다가 학교에 다시 돌아왔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대학이 (자유로워서) 좋더라고요. 근데 이제 대학원을 이렇게 오래 다닐 줄 몰랐어요.
비타: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학교로, 다시 학교에서 학원을 가셨군요.
장복길: 실험을 계속하다 보니까 시간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3년이 지나있고, 정신을 차려보니 5년이 지나있고, 결국 이렇게 돼 버렸어요.
아버: 저는 닉네임은 아버 이고, 님을 붙여서 '아버님'이라고 부르셔야 완성이 됩니다. 올해 3월에 법▢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쿨에 입학한 신입생이에요. 아직 두 달밖에 안 됐으니, 분에 비하면 저는 신생아인 같아요.


02—학과 소개

 
비타: 여성학은 부산대학교에서 법과대학 소속이에요. 그래서 법학관 건물을 쓰고 있고요. 협동 과정이라는 걸 좀 더 설명하자면 한 학문 분야의 교수님만 계시는 게 아니고, [역]사학 전공, 국문학 전공, 법학 전공 등 다양한 학과의 교수님들이 계셔요. 협동 과정이라는 넓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법학과 소속인 건 현재 학과장 교수님이 법대 소속이라서 그래요. 실제로 다른 학교 여성학 전공은 정책 대학 소속이거나 사회과학대학 소속이더라고요. 
장복길: 융합 전공 같은 건가요?
비타: 요즘 말하는 융합 전공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여성학이라는 것 자체가 기존 학계의 보편성을 해체하고 다르게 인식하려고 하기 때문에, 모든 학문 분야를 ‘여성학적으로’ 다시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두 분께서도 혹시 학과나 연구실 소개를 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장복길: 제가 연구하고 있는 건 식물세포생물학이에요. 저는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해서 식물 관련 랩에 들어오면 모든 구성원들이 다 식물을 좋아할 줄 알았어요. 근데 전혀 아니고, 이 사람들은 그냥 동물 실험하기 싫어서 왔든가, 아니면 그냥 분자생물학을 하기 위해서 왔든가, 교수님이 좋아서 왔든가 하는 식이에요. 또, 저희 교수님도 세포 연구를 하시니까 다른 학생이나 가족들에게 '저 식물이 뭔가요?'라고 질문을 받으시면 저희 교수님은 자기 분야가 아니니까 모르시는 거예요. 저희는 식물 세포 내의 단백질의 이동 같은 걸 연구해요. 지금 [부산대의] 생물 [계열의] 교수님이 거의 한 40명쯤 되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 대부분이 동물 관련 연구를 하시고 식물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은 다 합쳐봤자 3~4명밖에 안 돼요. 
장복길: 아무래도 동물이랑 질병 쪽에는 연구비가 많이 쏠리고 식물은 그나마 작물을 얼마나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냐 이런 걸로 밀어야 농촌진흥청에서 돈을 따오는데, 제가 있는 곳은 세포 생물학이라 지원 사업 따기도 어려워요. 마이너 분야 중에 생태학 하셨던 교수님도 계셨는데 얼마 전에 퇴직 하셔서 진짜 동물과 식물 [연구 사이]의 빈부 격차가 있어요.
비타: 복길 님이 처음 생각했던 곳은 어쩌면 원예학이나 조경학에 가까웠을 수도 있겠네요.
장복길: 거기에 대해 제가 할 말이 있어요. 제가 PEET 때려치우고 다시 [분자▢▢학과에] 복학하고 밀▢ 캠퍼스로 ▢▢학과의 전공 수업을 들으러 다니다가, [그 학과] 대학원에 입학을 했는데 [일]손이 부족한 신임 교수님의 랩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랩 세팅만 방학 내내 했어요. 그리고 이제 입학을 해야 하는데 입학하기 직전에 교수님이 [석사 입학하는] 저랑 박사 입학하시는 여자 선배를 불러서
 

너희가 알아둬야 것이 있다.  캠퍼스에는 너네도 봤겠지만 여자 교수가 없다. 여자 교수는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고 공공의 이익은 무시하기 때문에 교수 사회에선 여자 교수는 뽑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까 너네의 꿈이 교수라면 나는 너네 책임 지고 너네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일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너네를 케어해줄 없다.

 
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이 학과 이대로 괜찮은가, 여기에 내가 있어도 되는가’ 고민을 하기 시작해서, 그날 밤에 집에 바로 전화해서 '나 여기 못 있겠다' 말하고 다음 날 아침에 교수님을 찾아가서 '저 못 있겠습니다, 저 나가겠습니다' 바로 갈기고 퇴사했어요.
비타: 아니 근데 랩 세팅 전에도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진짜 사악하다, 이건.
장복길: 그때도 트위터에다가 실시간 중계했었거든요. '교수가 나보고 교수될 생각하지 말라고 함'. 몇 시간 뒤에 '나 여기 나갈 거야'라고 적어둔 제 트윗이 있어요. 그러고 나서 지금의 지도 교수님께 면담 요청하고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당신 랩에 들어가고 싶다. 적어도 이 학과는 여자 교수님은 많지 않냐'고 했는데, '요새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더냐. 우리 랩에 들어오는 거는 괜찮으나 조금 더 생각을 해봐라'고 하셨어요. 이틀 있다가 다시 찾아가서 '생각을 해봤는데 여기 들어가야겠습니다' 하고 바로 들어갔어요.
비타: 밀 캠퍼스의 모든 교수가 남자 교수였던 시절이 있어요. 2020년 넘어서 첫 여자 교수님이 오셨고, 2024년에 여자 교수님이 한 분 더 생겼다고 들었어요.[각주:1]
장복길: 그리고 제가 이 얘기를 블로그에다가 일기로 썼었거든요. 한 반년 있다가 학과 측에서 전화가 와서 글 좀 내려줄 수 있냐고 하는 거예요. 신입생들이 볼 수 있으니 내려달라고. 그래서 서로 이웃 공개로 바꿔서 더 욕 심하게 했어요.
비타: 벌써부터 스몰 토크가 아니고 괴담 토크가 되어 버렸네요. 아버…님도 로▢쿨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민법, 형법, 공법 교수님들 관상이 다르다든가 로▢쿨 사이에서는 서로를 기수제로 부른다는 것도 들었어요. 로▢쿨생들은 어디서 공부를 하는지, 학과의 특징들이 궁금해요.
아버: 비타 님께서 앞서 말씀해 주신 민법, 형법, 행정법 교수님들의 관상이 다르시다는 건 사실이거든요. 실제로 민법 교수님들은 약간 부드럽게 생기셨고 말씀도 유들유들하게 하시는 편이세요. 형법 교수님들은 아무래도 대부분 실무에서 일하다 오셔서 그런지 좀 딱딱하세요, 칼 같으시고. (입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으시는 느낌…) 예를 들어 학생이 불필요한 질문을 하면 “그것은 불필요하다”라고 하시며 그냥 끊어내버리시는, 원천 차단해 버리시는 경향성이 있으시고. 노동법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운동권 출신이신지 학계 출신이신지에 따라 관상이 다르시지만, 공통적으로는) 평등을 추구하시는 면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아버: 기수제 같은 경우에는, 사법연수원 시절 서로를 기수로 부르던 관행이 이어진 것 같아요. 참고로 저는 로▢쿨 18기입니다. 이거 발음을 좀 유의해야 해요.
비타: 아버…님이 계신 로▢쿨 만의 특징 같은 것도 있을까요?
아버: 제가 다니는 곳 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로▢쿨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면 로▢쿨은 인맥빨이 정말 심해요. 거의 예비 법조계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아요. 현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공통 증언에 의하면 로▢쿨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어놔야 된다, 그래야 현직에 갔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고 해요. 그리고 저희는 속에 있는 말을 터놓기보다는 가면 무도회 하는 느낌으로 지내는 경향성이 커요. 저희가 [학내에서] 따로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거든요. 도파민 채우는 용도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아버: 그리고 로▢쿨 에 들어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연고, 서성한 출신이에요. 이건 자교 로▢쿨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로▢쿨이 그래요. 그리고 같은 대학 출신끼리 다니는 경향성이 있는 편이고, 그들에 의해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 따위의 정보 격차가 심해요.
비타: 두 분 대학원 통학 몇 시에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장복길: 저는 요새는 8시 반 출근해서 한 9시 퇴근.
비타: 주말에도 혹시 출퇴근하시나요?
장복길: 주말은 자율인데 할 일이 있어요. 대학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주말을 최대한 빼서 실험 계획을 짜곤 했는데, 그렇게 하면 주말 이틀을 실험을 못 하면 한 나흘 치가 밀려 버리거든요. 그게 쌓이면 그냥 한 달 치가 돼요. 그래서 그냥 토, 일 출근하기 싫어도 계획을 점점 주말까지 껴서 짜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일주일 중 7일 출근이] 됐습니다.
아버: 저는 전문대학원생이라서 대학교의 연장선상이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저는 통학을 하는데 보통 9시 수업이니까 집에서 한 7시 40분쯤에 나와야 돼요. [중간에 공강도 있지만] 수업 마치면 주로 20시 반쯤이에요. 집에 도착하면 한 22시쯤, 일이 있으면 23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비타: 아버… 님은 어디서 주로 공부를 하시나요?
아버: 1차적으로는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고요. 날이 좋거나 아니면 좀 환기가 필요하다 싶으면 도서관에 가거나 아니면 카페에서 공부해요.
비타: 각각 부여된 열람실 자리가 있다는 얘기가 신기한데, 혹시 그걸 좀 더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버: 저희가 학기 초에 전문대학원 학생회비를 내거든요. 그러면 학생회 측에서 랜덤으로 순서를 뽑아서 원하는 자리를 갖게 해줘요.
비타: 그럼 회비는 한 학기에 얼마인가요?
아버 한 학기에 10만 원가량이에요. 많은 지원 사업들을 해주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희 학과 건물 안에 열람실이 있고, 거기에 독서실처럼 자리 배치가 되어 있어요. 사물함도 열람실 앞에 비치되어 있어요.  


03—대학원생과 성소수자

비타: 두 분께서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내가 정체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는지, 혹시 0점에서 10점으로 표시한다면?
아버: 제가 생각했을 때 한 2점 정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 정체성 면은 거의 드러내지 못하지만, 성 지향성 부분은 거리낄 게 없어서 뭐 알아도 상관이 없다는  느낌으로  말씀을 많이 드리고 있거든요. 저는 에이엄이라서 말해봤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대체로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따위의 느낌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장복길: 저는 10점인데 랩에서 [성소수자인 것에 대해] 신경을 안 써요. 저 딴에는 엄청 많이 드러내 놓고 다니거든요. 입고 다니는 티셔츠도 퀴퍼에서 산 티셔츠고, 슬리퍼도 무지개 슬리퍼 신고 다니고. 가방에 무지개 주렁주렁, 데스크에도 무지개 굿즈 파티란 말이에요. 그냥 그런 상태로 다니고 있는데, 주위에서 신경도 안 쓰고 있어요. 그냥 아예 관심도 없고, 특히 저희 랩 특성상 각자의 교류가 거의 없는 진짜 개인주의 랩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비타: 그러면 랩실 동료분에게 커밍아웃하신 적 있으셔요?
장복길: 아니요. 그냥 개인적인 얘기를 아예 안 해요.
비타: 회식 자리나 그런 자리에서도요?
장복길: 회식을 1년에 두세 번 하는데, 회식 자리에서도 그냥 논문 얘기만 하시고,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각자 어떻게 사는지 그런 얘기는 전혀 안 해요. 학생의 사생활을 물어보는 게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저희 교수님이 생각을 하셔가지고, 그런 걸 칼같이 자르세요. 그래서 이제 편하기는 한데 서로에 대해서 전혀 모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랩 구성원들이랑 개인적으로 친해지지도 않는 것 같아요.
비타: 그러니까 아버 님의 경우에는 사생활이 도파민이고 거의 유일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걸 파먹는데, 복길 님의 연구실에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들이 모였군요.
장복길: 다른 (인원이 많은) 랩들은  파벌 만들어서 정치질도 하고 사생활 소문도 퍼뜨린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랩에서 내 소문이 돌고 뭐 나를 안 좋게 본다면 좀 신경이 쓰이겠지만, 제 랩 바깥에서, 제가 신경을 쓸 수 없는 범위에서 얘기를 하는 거는 뭐 약간 어쩔램인 거죠.
비타: 같은 경우에도 10점에 가까워요. 그리고 10점을 넘어서 과잉 대표화된다고 생각해요. 학과 선생님이 카톡으로 연락이 왔는데 ‘'비타 쌤, 이번에 퀴퍼 가세요? 이번에 퀴퍼 부스도 운영하세요?'라고 물어볼 정도거든요.


04—대학원생의 방

비타: 저희가 모이기 전에 제가 부탁했던 것이 있어요. 연구실이든 어디든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는 공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요. 

비타의 방

 
비타: 이건 제 방입니다, 본가의 방이고 PPT를 만들고 있었어요. 기본 세팅은 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고 노트북 스탠드, 책상 옆 켠에는 사두고 읽지 않은 엄청나게 많은 책들, 그리고 노트. 그리고 독서대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여성학 세미나실

비타: 지금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이 공간은 연구실은 아니고 여성학 협동과정 세미나실이에요. 저희 학과는 특성상 전업 학생이 거의 없다 보니까 거의 한 두 명 정도만 주로 이용하고 있어요. 
장복길: 짐 같은 거를 놔둘 수 있는 상황인가요?
비타: 여기 옆에 옷걸이에 제 외투가 보이시나요? 벽면에 영화 포스터 같은 것을 붙였어요. 제가 그린 그림도 놔뒀어요. 그리고 냉장고가 있고, 그리고 여기 이제 무중력 의자로 쉴 수 있고, 담요 있고. 선생님들이 이것저것 챙겨 와서 방을 꾸미고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아버: 그냥 제2의 집이네요.

장복길의 연구실

 
장복길: 이건 연구실 제 자리예요.
비타: 제가 기대했던 대학원생의 자리네요.
장복길: 저 30분 동안 정리한 거예요. 원래 진짜 여기 이만큼 쌓여 있었어요. 사진 오른쪽에 책장이 있고 책장 건너에 저희 연구실 문이 있어서 책장으로 가려놓은 상태고요. 그래야 지나가는 다른 교수님들이 내 책상을 슬쩍 안 보기 때문에 가림막 해뒀어요. 그리고 제 메인 모니터. 제 돈으로 샀습니다. 그리고 저의 노트북. 제 돈으로 샀고요. 
비타: 저는 컴퓨터는 랩실에 기본적으로 세팅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장복길: 저도 원래 랩에 들어오면 개인 데스크탑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없더라고요. 저희 랩은 다들 개인 노트북을 쓰고 있길래 저도 입학 때부터 제 개인 노트북 들고 와서 썼고 이것에 대해 아무 생각 없었는데, 얼마 전에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 랩에서는 교수님이 싹 다 컴퓨터를 맞춰주신 거예요. 그거를 보고 약간의 박탈감을 느꼈고 그냥 제 돈으로 대형 모니터를 사버렸어요.
비타: 굉장히 모니터가 커 보이고 노트북 키보드에 얹은 무지개 플래그가 눈에 띄네요.
장복길: 네, 무지개 플래그 굿즈인데 먼지 커버로 쓰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무지개를 그냥 여기저기 다 붙여놨는데 아무도 저에게 관심이 없는 거죠. 노트북 덮어 보면 노트북에도 이제 무슨 퀴어 페미 어쩌고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아무도 그걸로 저에게 말을 걸진 않더라고요. 키보드도 제가 산 거고. 키캡도 따로 사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시즌별로 갈아 끼우기 하고 있고. 저희는 실험하거나 아니면 데이터 정리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팍팍해요. 책상엔 오늘 저널 클럽이 있어가지고 논문 정리를 다 못 했고요.
비타: 보통 논문은 인쇄를 하셔가지고 보는 편인가요?
장복길: 네, 보통은 인쇄를 하거나 급하게 읽어야 할 때는 컴퓨터 화면으로 쭉쭉 읽거나. 저는 패드로 읽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드립커피 내려 먹는 게 취미라서 커피 용품들도 집에서 들고 왔고. 그리고 오타쿠 굿즈들 같은 것도 그냥 책상 한 구석에 갖다 뒀어요.
비타: 약간 대학원 연구실에서의 복장 같은 것도 궁금했어요.
장복길: 저희는 거의 슬리퍼가 기본이고요. 실험복이랑 안전화를 신어야 하는 건 이제 안전 점검 나왔을 때나 실험 수업 할 때.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보여야 할 때는 실험복을 입는데, 그거 아니면 거의 안 입어요. 원래는 긴 팔에 긴 바지에, 슬리퍼 신으면 안 되고, 머리도 꽉 묶어야 되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아무도 지키지 않고. 그냥 반팔 반바지 입고 다니고. '큼큼, 이 시약 냄새 진짜 구리다'하면 이제 옆에서 다른 선배가 '야, 그거 생식세포 독성물질이야, 맡으면 안 돼, 너 2세 못 만들어' 하면 '저는 애 안 만들 건데용' 이러면서 실험하는 안전 불감증 사회에요. 
비타: 대학원생 필수템, 막 그런 거 혹시 있으신가요?
장복길: 보온이 되는 텀블러. 저희는 공동기기실이라고 실험 기기가 모인 방이 있는데 거기에 실험용 아이스 메이커가 있어요. 그런데 생관에서 첨과학관으로 이사를 오면서 아이스 메이커 작은 걸 하나 더 설치하고 이걸 인간용으로 개조를 한 거예요. '커피를 마시는 대학원생들아, 너네 여기에서 얼음 퍼 가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먹어라' 이렇게. 근데 이제 그 아이스 메이커가 아무래도 다른 기기들이랑 같이 있다 보니 '이 얼음에 (다른 기기에 있던) 시약 같은 게 묻지 않았을까'라고 아예 안 쓰시는 분도 있고. 저는 그냥 '먹고 죽지 뭐'라고 맨날 사용하는 편이에요.
비타: 오늘 발표하신 PPT 화면이 띄워져 있네요.
장복길: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에 하고 왔습니다. 저희는 매주 랩 미팅을 하거든요. 랩 미팅 종류가 두 개가 있는데, 이제 본인의 실험 데이터를 발표하는 데이터 미팅, 요새 나온 논문들 중에서 내가 공부해야 하고 모두에게 공유를 하면 좋을 논문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저널 클럽. 이렇게 데이터 미팅과 저널 클럽 두 종류를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비타: 발제 비슷한 거군요.
장복길: 네, 맞아요. 저는 이제 발제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지 않아요. 저희는 랩 미팅이라고 불러서요.
비타: 석사 처음에 입학할 때는 그게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장복길: 석사 처음 들어올 때는 본인의 연구 데이터가 없으니까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하면 교수님이 '그럼 이거 더 찾아봐라' 그 정도까지만 피드백을 해주세요. 이제 연차 좀 쌓이고 본인 실험 데이터가 있으면 '이 실험했고 결과는 이렇습니다’ 그러면 이제 교수님이 ‘이건 왜 이렇게 했냐’라든가, ‘이거 좀 더 해봐라'라든가 이런 식으로 이제 피드백을 주시는 편이에요.
비타: 피드백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 같아요?
장복길: 제가 ‘실험 이거 이거 했습니다' 하면 '이 시약 처리해봤니, 이거 시간을 좀 더 늘려봤니' 뭐 이런 정도의 피드백. 그리고 '최근에 나온 어쩌구논문에는 이런 것도 했던데 우리도 확인해 보자' 이런 피드백도 해 주시고, 이제 다른 랩 구성원들도 '제가 예전에 이 조건으로 실험해봤는데 저거랑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확인해봐야 할 듯' 이 정도로 피드백해요.
 

아버의 열람실

 
아버: 이게 저의 열람실!
장복길: 너무 뭐가 없지 않아요?
아버: 여기에다가 노트북 놔두면 끝.  제가 사물함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 사물함에 책이 이렇게 쌓여 있어요. 사실 저희는 연구를 하지 않잖아요. 그냥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고, 개인 공부하니까 열람실에 짐을 많이 놔두는 사람이 없어요. 책상에는 꼭 필요한 것만 올려가지고 공부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아버: [사진에 보이는] 책들은 교과서라 수업 듣기 전에 살펴보고, 수업 들은 뒤에 돌아와서 다시 보거나 꽂아놓고 개인 공부를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학원생이라고 불리지만 정체성은 고시생이거든요. 그래서 뭔가 없습니다.
비타: (웃음) 저는 사진에서 초코파이가 굉장히 눈에 들어오네요.
아버: 포카리스웨트도 그렇고 초코파이도 그렇고, 이온 음료라든지 단걸 먹어야지만 머리가 돌아가기 때문에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비타: 그러고 보니 학교 건물 중 복도에 과자 자판기가 있는 곳도 있더라고요. 자판기에 약 15종류가 넘는 과자들이 있는데 저도 자판기 속의 칸초가 눈에 아른거려서 칸초 뽑아서 먹은 적이 있어요. 과자 자판기 옆에는 음료수 머신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얼음은 그냥 주더라고요. 
장복길: 우리는 안전을 담보로 얼음을 먹고 있는데…
장복길: 아버님은 수업에 과제가 많은 편이에요?
아버: 아니요. 저희는 과제가 거의 없어요. 변▢사 시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타: 학점은 중요한가요?
아버: 네, 검— 채용에서는  학점을 많이 보기 때문에, 검—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은 학점을 많이들 챙기셔요. 
그리고 좀 웃긴 건, 저희는 학점 만점이 4.3이거든요. 만약 대학원에서 4.3점을 받았는데 변▢사 시험에서 떨어지면 검—는 커녕 변▢사 자격증도 따지 못하는 거고 학점이 2.3인데 변▢사 시험에 붙으면 변▢사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4.3 받은 사람은 변▢사 시험에 재응시를 해야 되는 이상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장복길: 저희랑 너무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저희는 성적도 그냥 다 A플러스 주거든요. 대학원 수업 다 A플러스고, 진짜 기말고사에서 꼴찌 정도는 해야 비쁠을 준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게 너무 다르고, 저희는 졸업 시험도 통과 못 해도 재시(험)를 계속 칠 수 있게 해줘요. 너무 달라. 확실히 같은 계열 대학원이 아닌 느낌이 드네요.
비타: 일반대학원 자연계열 박사 과정은 제2 외국어 시험을 치나요? [부산대학교에서는 중어중문학과, 독어독문학과, 철학과, 한문학과, 법학과 졸업 요건에 제2외국어가 있다]
장복길: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영어 시험은 칩니다.
비타: 저희 셋이 대학원생이더라도 통약가능한 사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전문대학원, 자연계열, 인문사회계열. 그리고 랩실의 유무 등등…


05—대학원생의 먹고사니즘

비타 대학원생들은 조교 활동을 통해서 학비를 감면받거나 연구 사업에 참여해서 생활비를 버는 편인 것 같아요. 조교의 경우 자기 학과의 조교가 아니더라도 지원은 할 수 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도 여성학 협동과정 조교 업무를 했었어요. 
저희 학과 같은 경우에는 조교 업무를 많이 배려해주셔서 전업 학생이 아니신 재학생 분들의 학교 생활을 도와드리고, 강의 별로 단톡방 만들어서 텍스트들 출처를 공유하고 제본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업무들을 맡고, 학과 행사 같은 거 있으면 그냥 행사 조교 같은 거 하는 것들. 그런 걸 위주로 하는 것 같아요.
비타: 그렇게 하면 등록금을 감면받을 수 있지만, 전액 감면은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알바를 해서 남은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를 벌고, 그렇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장복길: 하시는 일들이 저희 학과로 치면 (주로 학부생이 하는) 근로 장학생이 하는 일과 유사하네요. 
비타: 근데 말했듯이 저희 학과 같은 경우에는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이 정도 일만 하는데 연구소나 다른 학과의 조교가 되면 전화받고, 포스터 만들고, 회계하고, 연사 섭외하는 등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아버: 저희는 아마 2학년 때부터 조교 지원이 가능할 거예요. 아직 잘 모르지만 교수님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맡지 않을까 싶어요.

장복길: 저희 학과는 전공 기초 및 필수 과목에 실험 수업이 있어요. 이때 각 랩에서 2시간, 3시간 정도 시간을 나눠서 '우리 랩은 어떤 연구를 합니다' 하고 체험하는 수준의 기초적인 실험 수업을 해요. 그리고 그 수업 시간만큼 수업료를 받아요. ▢▢▢ ▢▢▢ ▢▢▢ ▢▢▢ 저희는 장학 조교랑 연구조교를 학과에서 이름만 활용해요. 그리고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가 나중에 학과가 회수해서 이걸 수업 시수만큼 N빵을 해요. 예를 들어, 한 학기 당 14번의 수업 중 우리 랩에서 세 번 수업을 했다, 14분의 3을 계산해 가지고 저희 랩 수업료를 주는 거예요.
비타: 그게 얼마 정도 되나요?
장복길: 한 번 수업할 때마다 한 2-30만 원 정도라서 꽤 짭짤해요.
비타 정리를 하면 자연대학 학부생이면 실험 과목이 전공 기초, 필수 과목인데, 그 실험 과목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대학원생들인 거죠. 그리고 다양한 랩에서 오시는 거고, 그래서 2주마다 선생님이 바뀐다, 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장복길: [실험] 수업에 들어가면 '안녕하세요. 저는 어느 교수님 연구실에서 나온 누구입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이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 이 교수님 랩에서 하는 실험이다라는 거를 알려주는 거죠.
장복길: 저희 과에서 조교로 하는 일은 보통 실험 수업 준비하고 교수님 수업 시험 감독도 가끔 들어가는데, 저희 교수님 같은 경우는 저희한테 시험 감독도 안 맡기시고 채점도 안 맡기시고 문제 출제도 안 맡기세요. 그러니까 저희 교수님이 굉장히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 주는 교수님이신 거죠. 물론 다 시키는 교수님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건 다 진짜 랩 바이 랩이죠.
비타: 그게 좋은 랩이라는 게 마음이 아프네요.
장복길: 왜요? 저의 시간을 뺏지 않으니까 좋은 거죠.
비타: 제 말은 그게 당연해야 하는데 ‘좋은’ 환경이라는 현실이 슬픈 거예요.
장복길:  아 맞네…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충격받은 표정으로) 이게 내[대학원생의] 일이 아니었구나. 
비타: 업무 복무 협약서에 채점이 조교의 역할이라고 정해지지도 않았는데도 당연하게 시키고 돈은 안 준다. 그건 너무 공포스럽네요. 사실 조교 역할이 명시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현실이 호러인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대학원생의 먹고사니즘을 좀 더 얘기를 해볼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서… 음 아니요. 이 얘기는 그만할게요. 요즘 빈곤통이 와서 지금 얘기하면 머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요.


06—대학원생과 스트레스 관리

비타: 두 분께서는 스트레스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시나요?
저희 [여성학 협동과정] 학과의 경우 러닝 크루가 있거든요. 거기에는 저희 과 선생님들을 포함해서 법학과, 사회학과, 철학과 선생님들, 선생님들의 수업을 들은 학부생, 지인, 지인의 지인까지 가입되어 있어요. 러닝 크루 밴드가 있는데 거기에서 '마라톤 접수가 O월 O일에 있는데 함께하실 분은 등록해주세요.' 라고 공지를 올려요. 대회 전에 같이 러닝 연습하고, 마치고 목욕탕 가고 밥 먹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도 러닝 크루 따라서 두 차례 대회 등록해서 10KM를 뛰었어요. 그렇게 러닝을 맛봤고, 얼마 전에 런데이 앱으로 '30분 뛰기 기초' 코스를 마무리했고, 이제는 30분 향상 짜리 코스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뛰는 건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듦을 해소하기 위함인데, 그 빈도가 일주일에 한 번에서 2회, 그리고 2.5회로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굉장히 건전한 방법 같지만, 요즘 기분이 시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척도이기도 해서 이러다가 매일 뛰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될까봐 될까봐 두려워요.(웃음) 그것 말고는 밤새서 BL만화 보기가 있는데, 이건 대학원 이전부터 평생 해왔던 거라 대학원생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 말하기는 어렵네요. 그리고 얼마 전에 봤던 BL은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고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 같아요. 
장복길: 대학원 입학했을 때는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주말에 최대한 실험을 안 넣고 놀러 다녔거든요. 코로나 시기 직전에는 일본 여행이 엄청 저렴해서, 거의 한 달에 한 번 수준으로 여행을 다녔어요. 그렇게 여행 미치광이 시기도 있었고, 덕질도 엄청 많이 했고. 매주 영화관에서 응원 상영 하면서 오타쿠 친구 사귀고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죠. 애인 사귀고 나서는 같이 스쿼시를 하거든요. 테니스 비슷한 운동인데, 이제 경암[학교 운동장 시설]에서 강습도 해주셔가지고 강습을 들었어요. 비타님처럼 소설 보는 건 저도 일상이라, 이걸 스트레스 푼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비타: 스쿼시가 완전 유산소 운동이잖아요. 계속 뛰어다녀야 하고.
장복길: 한 10분쯤에 '나 죽소' 하면서 털썩 쓰러지고.
아버: 저는 항상 똑같았어요.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해소해요. 예전에는 저에 대한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었어요. 물어보면 답은 해주는데 먼저 말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거든요. 근데 요즘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친구들한테 하소연을 하고 있어요.

아버의 그림. 3년 동안 외길 인생을 걸었다.

 
비타: 그림은 어릴 때부터 그리셨던 거예요?
아버: 15살 때 같은 반 친구가 자캐커뮤니티에 입문시켜줘서 그때부터 1차 창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그림 그리는 걸 너무너무 싫어하셔서 많이는 못 그렸어요.  그러다가 18살에 커밍아웃이나 트랜지션 문제도 겹치면서 제가 많이 엇나갔더니, 결국 어머니께서 '그래, 알았다. 너 미대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한 번 도전해봐라' 하고 학원을 끊어주셨어요. 근데 그건 제가 원했던 그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애정이 살짝 끊겼다가, 22살에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긴 뒤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비타: 어떤 캐릭터인지 공유도 괜찮은가요?
아버: 문호 스트레이독스라고 그뭔씹[그게 뭔데 씹덕아] 장르가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문호들을 모에화 한 작품이에요.
비타: 문스독 당연히 알죠.
장복길: 저도 다 봤어요.
아버: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소설에만 나와요.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그들을 중점적으로] 파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제가 몇 년 동안 탈덕했다가 휴덕했다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팔로워는 계속 쌓였거든요. 근데 팔로워가 1300이 되는 동안 아무도 안 파는 거예요. 계속 저만 그려서 투고를 해요.

 

애니 프사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캐릭터는 5년동안...

비타: 옛날 트위터 밈 떠오르네요. 애니프사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캐릭터는 5년동안… 근데 정말 잘 그리시는데요. 빛을 되게 잘 쓰신다.
아버: 열심히 좋아했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장복길: 제 생각에는, 아버님의 덕질 역사 특집을 (웹진에서 기획)하셔야 돼요, 지금. 저는 완전 소비만 하는 입장이에요.
아버: 근데 제가 파 온 장르들은 판이 좁았다 보니까 온리전을 가 본 경험이나 응원 상영을 간 경험이 없어요.
비타: 복길 님은 커뮤니티로서 오타쿠 활동을 하셨고, 아버…님은 장인이자 피그말리온으로서 오타쿠 활동을 하셨군요.
 

운동권, 오타쿠, 연구자가 합쳐지면 심연의 혼모노 퀴어가 된다. 출처: 듀선생의 인생제반 연구소 https://www.dbpia.co.kr/akaroot/webtoon

 
장복길: 오타쿠라고 해서 떠오르는 짤이 있는데요. 저의 카톡 프사이기도 합니다. 운동권, 오타쿠, 연구자, 합치면 '심연의 혼모노'거든요. 
아버: 심연의 혼모노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비타: 운동권… 그러니까 아버… 님은 노동 운동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셨고, 복길 님은 페미니즘, 저는 퀴어 운동 쪽에 관심이 있으니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심연의 혼모노군요. 그냥 대학원생 셋이 만난 게 아니라 심연의 혼모노 셋이 만났다고 제목을 정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비타: 그리고 아버…님의 경우 그림 작업이 취미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작업을 하실 때 작업 결과에 대한 기쁨도 있고, 사람들의 반응 그런 것도 좀 좋아하시는 건가요?
아버: 저는 후자를 기대하지 않는 게, 애초에 너무 마이너해서  RT를 타면 '왜 탔지' 하고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게 돼요. 다들 아시다시피 다자추라는 초~메이저 커플링 있잖아요. 지금도 그들은 인기거든요. 제 트친들 중 40명 정도는 다자추 계의 네임드이시거나 아니면 다자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둘 중 하나란 말이죠. 그래서 그들을 통해서 들어오는 게시물의 RT 개수, 마음 개수를 보고, 한창 심란했던 때가 있었어요. '내가 생각해봤을 때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편이 아닌데, 왜 이렇게 반응이 적을까'하고요. 그러다가 ‘그래, 반응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 : 그렇게 3년이 지남.) 
비타: 이게 마이너 파는 사람들의 한 아닌가요…
아버: 아니, 그리고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외국에서는 약간 인지도가 있는 편이란 말이죠. 근데 일부 외국인 분들께서 저작권 의식이 없어서 제 그림을 핀터레스트에 무단 업로드 하셔요. 게다가 아까 말했듯이 문스독이 실제 문호들을 모에화한 장르라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도 폴 베를렌과 아르튀르 랭보라는 남성 시인들의 모에화거든요. 그 둘은 실제로 연인이셨으니까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도 공식 커플이란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버 : 모종의 일리 있는 사유로) 캐릭터들 중 한 명을 논바이너리로 퍼먹기 때문에 논바이너리 해석을 한다고, 그들은 헤테로 커플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았는데, 자꾸 남성 캐해석을 전제로 한 멘션을 보내요. 논바이너리 아가씨라고! 헤테로라고!
비타: 취미 얘기가 심연의 혼모노 오타쿠통으로 흘러갔네요. 어쨌든 아버…님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건 맞죠?
장복길: 정말 쌓이고 계신 것 같은데요.
비타: 영화 아가씨 대사 중에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버…님 얘기를 들으면 문스독이 그런 것 같아요. 


07—학원괴담

비타: 본인이 겪거나 들었던 대학원 편견이나 괴담 같은 것들을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 대학원생이라고 기재하면 틴더에서 잘 안 팔릴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요. 
장복길: 일단 괴담부터 시작을 하자면, 학교나 학과 가리지 않고 주기적으로 터지는 데이터 조작 문제? 수직적인 문화를 대물림하는 연구실? (장복길 주 — 여러 이공계 연구실 괴담을 언급했으나 오프 더 레코드로 본문에서는 생략하였다.) [각주:2]▢▢▢▢▢▢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 글이 ▢▢▢▢▢ ▢▢▢▢ ▢▢▢에 ▢▢▢▢데, 처음에는 ▢▢▢▢ ▢▢▢▢ ‘▢, ▢ ▢▢ ▢▢▢’ 이렇게 ▢▢▢ ▢▢▢ ▢▢▢▢요. 근데 ▢▢에 ▢▢▢▢랑 ▢▢을 하는데, ▢▢▢이 ▢▢▢ ‘▢▢, ▢ ▢▢ ▢▢▢’하는 거예요. ▢▢▢▢ ▢▢▢▢▢ ▢▢ 다 ▢▢▢ ▢▢. 
장복길: 그 ▢▢▢ ▢▢▢▢ 엄청 ▢▢▢▢든요. ▢▢ ▢▢ ▢▢, ▢▢▢ ▢▢▢ 좀 ▢▢▢▢ ▢▢▢ ▢▢ ▢▢▢▢ 많아요. 그러니까 ▢▢ ▢▢ ▢▢▢▢ ▢ ▢▢▢ ▢▢ ▢▢들. ‘▢▢▢▢ ▢▢▢▢ ▢▢을 가지고 ▢ ▢▢▢ ▢▢▢▢’했는데, ▢▢ ▢ ▢▢▢ ▢▢▢ ‘나는 ▢▢▢▢’거나 ‘▢▢ ▢▢ ▢ ▢▢▢ 싫은데 ▢▢ ▢▢▢’라고 하시고.
원래 ▢ ▢▢▢▢이 ▢▢▢▢ 하시고 ▢▢▢▢ ▢▢▢▢도 ▢▢▢▢, 지금 ▢ ▢▢▢▢▢ ▢▢ ▢▢▢▢테 ▢▢ ▢▢▢▢, ▢▢만 하시고, ▢▢▢ ▢▢▢들 ▢ ▢▢고, 진짜 ▢▢ ▢▢을 ▢▢ ▢▢ ▢▢ 수 ▢▢ ▢▢ ▢▢▢ ▢▢ ▢▢▢▢ ▢▢ ▢▢ ▢▢ 있어요.
비타: 최악의 ▢▢는 ▢▢ ▢▢▢ ▢▢▢▢ ▢▢▢ ▢▢ ▢▢▢▢ ▢▢ ▢▢▢▢. 
장복길: 그러니까 ▢▢ ▢▢ ▢▢▢▢ ▢▢▢. 이게 ▢▢ ▢▢ ▢▢▢▢.
장복길: 제가 두 번째로 말할 괴담이, ▢▢ ▢▢▢ ▢▢ ▢▢ ▢▢ ▢▢ ▢▢▢▢ ▢▢만 ▢▢▢은 ▢▢▢고 생각하고, 이제 ▢▢▢▢ ▢▢▢ ▢ ▢▢ ▢▢어요. 근데 ‘▢▢ ▢▢▢▢ ▢▢. 니가 ▢▢▢▢ ▢▢ 갔으면 ▢▢ ▢ ▢▢▢ ▢▢. 만약에 ▢▢ ▢▢▢ ▢▢ 갔으면 ▢가 ▢▢ ▢▢ ▢ ▢ ▢▢▢▢, 아마 ▢▢ ▢▢ ▢ ▢▢▢ 것이다.’ ▢▢▢▢ 거예요. 
비타: 저 기억나요. 모 학과  O교수님이 신문에 글을 기고했었거든요, 그러면 대학원생이 거기 댓글을 달았어요.. '교수님의 혜안 최고십니다.’ 대충 이런 얘기였던 것 같아요.
장복길: ▢ ▢▢ ▢▢▢▢▢ 따로 있는데, ▢▢ ▢▢ ▢▢ ▢▢▢이 있어요. 한 달에 ▢▢▢▢▢ 꼭 ▢▢ ▢▢ ▢▢, 그 ▢▢ ▢ ▢▢ ▢▢▢ ▢▢▢ ▢▢. 그리고 ▢▢은 익명이 아니라 ▢▢ ▢▢▢▢. 그래서 ‘▢▢▢, ▢▢ ▢▢▢▢▢.’ 이런 ▢▢을 ▢ ▢ ▢▢ 꼭 ▢▢ ▢▢ ▢▢이 있었어요. 그렇게 ▢▢▢▢ ▢▢▢▢, 그거를 ▢▢ ▢▢ ▢▢▢을 ▢▢ ▢▢▢.
비타: ▢ ▢▢▢▢▢ ▢▢▢▢ 게 아니고 ▢▢에서 ▢▢▢되었던 거군요.
아버: 숨 막혀. 코르셋 미쳤다.
 
장복길: [이공계] 대학원생 편견으로 '집에 못 가냐', '밤새서 실험하냐'라는 얘기 종종 듣는데. 일단 저희 랩은 밤샘 실험할 일이 많이 없어서 딱 한 번 정도 밤새워 봤어요. 근데 밤샘 많은 랩들이 확실히 있어요. (장복길 주—첨▢과학관에는 밤샘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을 위한 샤워실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 데이팅앱을 종종 했었는데,’저 대학원생이에요' 하면, 이제 '그러면 데이트 많이 못 하시겠네요'라고 하면서 연락이 싹 끊기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비타: 뭐 하냐고 물어보면 '지금 논문 읽고 있어', '뭐 해' 하면 '연구실', 뭔가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장복길: '뭐 해' 하면 '출근하는 중'. '출근 어디로 해?' '학교.' 약간 이렇게 되니까. 제가 뭔가 대학원생의 편견을 강화하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어버리고… 그래서 연락 끊긴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비타: 어쩔 수 없죠. 그래서 현 애인으로 대학원생을 만나셨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장복길: 일단 연구실 이사. 저희 학과가 생▢관에서 첨▢과학관으로 건물 이사를 간 지가 2년 됐어요. 근데 실험실 이사를 한다는 게 실험 기기들이 엄청 비싸고 엄청 무겁고 엄청 예민하단 말이에요. 이제 포장을 하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고요. 거의 두 달 동안 실험 아무것도 못하고 이사 준비만 했어요. 
그리고 저희는 식물을 키워야 하니까 식물 생장 챔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근데 식물 생장 챔버를 생▢관 연구실에 맞춰서 만들었다 보니까 첨▢과학관에 못 들고 오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만들어야 되는데, 전문 업체한테 맡기려고 하니까 돈이 그때 1천만 원 정도가 드는데, 이거 재료만 사서 직접 하면 한 200~300만 원으로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너네가 [직접] 해볼래?'가 된 거예요.
장복길: 저랑 애인 입학 시기가 한 학기 차이라 그냥 동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이제 얘랑 같이 교수님한테 '너네가 만들어봐라'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과 공포에 빠진 거죠. 그전까지는 동기라고 해도 대화를 거의 안 했었거든요. 연구실을 거의 3년을 [함께] 다녔었는데 대화를 진짜 안 했었어요. 근데 그때 이사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대화를 트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니까 교수 욕으로 대화를 튼 거죠.
비타: 이거 [웹진에] 넣어도 되나요?
장복길: 저희 학과 사람이 볼까요? 저는 상관은 없긴 합니다. 읽은 사람이 찾아오면 그대로 같이 퀴퍼 가는 거지 뭐. (복길 : 제발 찾아와주세요…) 여튼 진짜 한 사나흘 정도 쪽방에서 800만원짜리 노동을 하면서 세팅을 했단 말이에요. 아무 말없이 서로 이제 뚝딱뚝딱 일만 하다가, 한숨 크게 쉬고 다시 뚝딱뚝딱 하고. '교수님이 나한테 1천 줬으면 좋겠다' 말하고, 다시 또 뚝딱뚝딱 하고. 그런 시간을 한 사나흘 같이 보냈어요.
장복길: 같이 고생하면서 동지애가 생긴 거죠. 이제 그때부터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기 시작하고, 출퇴근 같이 하고. 그런데 저는 애초에 무지개를 온몸에 두르고 다녀서 제가 퀴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됐는데 얘가 저보고 '그러면 여자만 사귈 수 있느냐' 물어봐서 '그건 아니고 성별이 딱히 상관없는 범성애라는 게 있는데,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그런 게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얘가 '응, 알겠다, 그렇구나' 하고 얼마 안 지나서 고백을 한 거예요 갑자기. 
장복길: 그러니까 저는 '드디어 나도 대학원 5년 다니면서 친구가 생겼구나' 이러고 있는데, 얘가 갑자기 고백 공격을 날려버려서 '잠시만' 하고 고민하다가 일단 5년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봐온 (퀴어-페미니즘 프렌들리한) 됨됨이가 있으니까 ‘그러면 한번 사귀어보자' 해서 사귀기 시작한 거예요. 이제 사귀고 난 다음에 제가 물어봤어요. '너는 내가 퀴어라는 거를 알고 있었냐' 하니까, '그렇게 온몸으로 퀴어 티 내고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단순 애인이라기보다는 약간 동지에 가까운 마음으로 지금 사귀고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비타: 지금 연애 기간은 얼마나 되셨어요? 
장복길: 이사한 지가 2년이니까 지금 한 2년쯤 됐죠.
비타: 800만 원짜리 무급 노동으로 이어진 연애라니 대단하네요.
장복길: 교수님이 이어준 인연.
비타: 800만 원 절약하셔서 부자 되셨겠다.
장복길: 이제 식물등 설치하는 건 저랑 애인 완전 통달했어요. 눈물이 난다. 요새는 옆에서 서로 실험 품앗이 해주면서 대학원 생활 이겨내고 있습니다.

아버: 저는 괴담 얘기를 하면 명예훼손죄에 걸릴 것 같아서 오프 더 레코드로 해주세요.
 
 

20분 후

 
 
비타: 진짜 살벌하다. 이건 통편집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어떻게 윤곽만 스케치하려고 해도 살릴 수가 없네요. 
아버: 그게 저희 괴담. 그리고 로▢쿨생 편견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거든요. '얘들아, 로▢쿨생한테 가지는 편견이 뭐야'라고 하니까, '공부를 잘할 것 같아', '돈이 많을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건 사실이에요. 다들 어디서 1등 2등 하다 오신 분들이고, 부유한 분도 제법 많아요.


08—마무리

비타: 대학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나요? 저는 대학원 다니면서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수치로 따지면 한 입학 전에 비해 체중이 20% 늘어났어요
장복길: 저도 앉아 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엄청 불었어요.
비타: 그리고 MBTI가 INTJ였는데 INFP로 바뀌었어요.
장복길: MBTI 뒤가 다 바뀐 거 아니에요?
비타: 이게 과학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바뀌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비타: 다음 질문으로는  '대학원 졸업하고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충격적인 것도 준비했는데요. 제가 질문 준비했지만 저도 답이 없네요.
장복길: 그 질문은 저도 답이 없다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타: 네. 그러면 ‘대학원 입학 이후 대인 관계의 변화’도 사전 질문에 넣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장복길: 인간관계가 굉장히 협소해졌어요. 예전에는 주기적으로 친구들 만났는데 이제 친구가 갑자기 '야, 나 학교 앞이야, 나와' 했을 때 실험이 있으니까 못 나가요. 그러니까 제가 친구를 만나려면 이 친구가 첨▢관까지 찾아와야 만날 수 있는 거예요. 그것도 잠시. 그래서 몇 안 되는 코어 친구들만 남아버렸어요.
비타: 그리고 아까 그거 생각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대학원생 월급 받으시나요?
장복길: 저는 석박사 통합으로 들어가서, 석박통합하면 수료하고 2년까지 BK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단 말이에요. 제가 BK 받을 때는 최소 금액이 대략 석사 70만 원, 박사 140만 원이었어요. 그리고 거기에다가 이제 랩별로 조금씩 더 얹어주기도 해요. 지금은 제가 대강 200만 원인가 그 정도 받아요. 근데 그것도 진짜 랩 by 랩이고, 교수 by 교수고. 기관 by 기관이라 월급 조건이 엄청 달라요.
비타: 현재 이공계열 같은 경우에는 스타이펜드라고 최소 보장되는 게 생기지 않았나요?
장복길: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저희 랩실은 아니지만 어두운 얘기를 좀 하자면, 어떤 연구실은 BK를 받으면 그걸 싹 다 교수가 걷어갔다가 다시 분배한대요. 근데 그렇게 하면 이제 교수 계좌로 얼마가 들어가는지, 얼마가 남는지 학생들은 모르는 거죠. 그거에 비해서 저희 랩은 학생이 학교에서 다이렉트로 돈을 받으니까 상대적으로 더 투명한 편이고.
비타: 혹시 월급 말고 생활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시는 건 있나요?
장복길: 지금 저는 자가에서 살고 있고, 딱히 돈 나갈 일이 많이 없어요. 밥도 집에서 도시락 싸와서 먹거나 학식을 주로 먹고 있고. 
 
 
아버: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 말하면] 저 같은 경우에는 학부생 때는 저를 좀 숨겼어요. 그때는 젠더 디스포리아가 심했거든요. 말할 수 있는 사람한테는 말을 했고요.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부터 L—T준비 기간 사이에 제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한테 커밍아웃을 했어요. 현재의 저는  저 스스로를 오메가 남성, 여유증이 있는 환자 정도로 인식을 하고 지내기 때문에 디스포리아가 거의 사라진 상태란 말이죠. 그래서 지금이랑 그때랑 다른 거라고 하면, 사람이 좀 밝아져서 대인관계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인 것 같아요
장복길: 저는 오히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게 느껴져요.  예전 같았으면 상처가 안 됐을 만한 말이 지금은 엄청 세게 받아들여진다든가. 그런 게 좀 있어요.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영어 단어를 계속 쓰게 돼요. 애초에 한글 단어가 점점 생각이 안 나게 되고요. 랩에서 쓰는 단어들이 다 영어다 보니까 이 용어들을 한글로 얘기하면 '쟤 번역기 돌려서 공부했나' 이렇게 받아들여지거든요. 한글이 점점 머릿속에서 사라지는데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0.5개 국어 상태. 어휘력이 떨어지고, 말도 제대로 못하게 되고, 문장도 제대로 구사를 못하게 되는 그런 엉망진창 상태가 되고 있어요. 
아버: 저도 어휘력 관련해서 말할 게 있는데, 법학도 전문 용어가 따로 있잖아요. 그래서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부동산이 동산이 되고 있네' 같은 식으로 말하게 되거든요. 아까도 두 분 대화하시는 것 들으면서 '지금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계시네요.' 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일상 용어가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아지고 있어요. 소상공인이라고 말해도 되는데 '상인'이라고 한다든지… 그런 실수를 빈발하고  있어요.
비타: ‘빈발’이라는 표현도 되게… (아버: 아앗!) 세계를 보는 방식이 학과의 훈련에 따라 크게 변화되는 것 같아요.
아버: 시야가 너무 좁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장복길: 주위에 있는 사람들 풀이 좁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랩에서 대화할 때도 이제 대부분 실험 용어, 그러니까 영어 단어를 써서 얘기하다 보니까. 조사만 한글인 혼종의 문장을 쓰고 있더라고요.
비타: 대학원생 주변의 사람들은 배경 설명을 안 해도 다들 알아먹으니까 학계어를 당연하듯 쓰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학계 바깥의 상황에 노출이 되면 너무 당황스러운 거죠. (다들 허탈하게 웃는다) 여러분 대학원 오면 이렇게 됩니다.
아버: 제발, 제발. 오시면 안 돼요. 일상생활이 파괴됩니다.
장복길: 당신의 일상 싹 다 파괴해드립니다.
비타: 오늘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고 떠드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자리가 되어버렸네요. 이 글이 흥하면 케세라에도 대학원생 소모임 만들어볼까요? 소모임에서 하는 일은... 단톡방에 매주 점 하나 올려서 생존 신고 하고, 졸업할 때는 공지 올릴 수 있고... 하나 생겼으면 좋겠네요. (웃음)


장복길의 가방. 퀴어 굿즈를 휘감고 있다.

 


주석

  1. 2024년 부산대학교 다양성보고서 [본문으로]
  2. 해당 자담회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으나 웹진에 기재할 수 없었다. 다만, 삭제의 흔적만은 남기려고 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