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은, 채원
감수 및 편집: 비타

[채원]
2026년 2월 24일 17시, 부산대 본관 앞에서 ‘부산대 분회 파업 농성 승리를 위한 Cheer Up 문화제’가 열렸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 분회가 생활임금 보장을 외치며 파업 농성에 돌입한 지 58일째 되던 날이었다. 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빗나가길 바랐건만, 밤부터 내린 비는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추운 농성장을 지키며 지쳐있는 동료들을 북돋기 위해 문화제를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비가 멎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빨래를 널었다. 어쩐지 더욱 거세진 빗줄기를 뚫고 학교로 향하며 프레시안에 기고된 세 편의 글을 연달아 읽었다.
“... 부산대 개교 80주년을 기념하여 해외석학을 모시고 부산대의 미래를 논의하고 듣는 오늘, 새로 단장한 저 부산대 마크가 자랑스러우십니까? 총장님 그렇다면 본관 앞 천막은 어떠십니까? 강사의 절박한 생존권을 요구하며 38일 동안 천막을 치고 여기 모인 우리는 어떠십니까? 오늘 논의하는 대학의 미래는 누구와 함께하는 미래입니까, 그 미래에 저희는 존재합니까?”
현재 부산대 비정규직 교수의 임금은 시간당 10만 5,000원. 얼핏 보면 많아 보이지만, 한 시간의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3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과, 22주의 방학 간 임금이 나오는 기간은 겨우 4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기준으로 한 3%, 3,000원의 시급 인상이다. 하지만 학교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1.5%에 그치는 인상안만을 내놓고 있다.
학교는 올해 맞이한 개교 80주년을 기념하느라 분주하다. 농성 천막이 앞을 지키고 있는 대학 본부에서는 얼마 전 거대한 LED 전광판을 세운 ‘디지털 명예의 전당’ 완공식과 함께 200억 모금을 위한 릴레이 기부 출범식이 진행되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조의 임금 협상안을 거부하고 있는데, 200억을 기부받으면 학교는 예산을 어디에 먼저 배정할까?
채널 PNU와의 인터뷰에서 최재원 총장은 거점국립대의 공적 책무를 언급하며, 기초학문부터 예체능 분야까지 다층적 학문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층적 학문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연구자의 생계 보장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뱉으며 눈앞에 있는 노동자의 삶은 무시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내가 부산대 학생이라는 게 참 부끄러워졌다.
천막 앞에 다다르자 문화제를 기다리는 동지들의 수다 소리가 들려온다. “왔어요? 밥은 먹었어요?” 반가움과 다정함으로 가득 찬 농성 천막 안은 눈 깜짝할 새 손에 쥐어진 핫팩만큼이나 따뜻하다. 전국 각지에서 온 비정규교수 노조 조합원, 박경화 밴드, 노동해방 마중, 비주류사진관, 퀴어마법소녀연대,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노조... 많은 사람이 오늘을 함께하기 위해 발걸음을 아끼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안부 인사를 나누고 웃음꽃을 피우는 가운데 멋쩍게 서 케세라 부원들을 기다렸다.
비 내리는 천막 아래에서 하는 문화제는 처음이었다. 사회를 맡은 이수경 선생님이 담담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겨우내 뜸했던 비가, 건조하고 산불이 많은 요즘 이렇게 내려주어 참 반가운 봄비라는 인사말이, 얄미운 비를 단숨에 반가운 비로 바꾸어 주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동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적정 임금입니다.”
“주저앉은 우리는 낮고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천막은 따사롭고 웃음 넘치며 온기로 가득합니다. 우리의 존엄을, 곁에 있는 이들의 존엄을 서로가 지켜내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언 뒤에는 퀴즈 쇼가 이어졌다. 퀴즈에 앞서 상품이 먼저 공개되자 현장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올랐다. 이제 막 첫 문제를 출제하려던 순간, 은이 도착했다.


[은]
순환버스를 타고 본관 앞에 내리자, 농성장 옆에 천막이 보였다.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합류하니 마침 1부가 끝나고 퀴즈쇼 시간이었다.
“내란 공범 김용현의 형량은 몇 년일까요?”
어라 몇 년이었더라. 고민하는 사이에 옆자리에 있던 케세라 부원 별바시 님이 정답을 맞췄다. 별바시 님이 앞으로 나가 동아리 소속을 밝혔을 때, 열심히 박수쳤다. 퀴즈가 이어지는 동안, 양창아 선생님이 슬쩍 정답을 귀띔해주셨지만 부끄러워서 손을 들지 못했다.
퀴즈쇼가 끝나고 2부 박경화 밴드의 공연이 시작됐다. 이때쯤 빗줄기가 더 굵어져서 천막에 고인 빗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천막 가장자리에 선 사람은 워터파크 물폭탄 아래에서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언제 물이 튈지 모른다는 생각에 남몰래 스릴을 느꼈다.

천막 가장자리에 선 채원에게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했지만, 책임감 넘치는 그는 가장자리에 버티고 서서 멋지게 빗물을 막아 주었다. 오랜만에 투쟁 현장에 나와 모르는 사람과 몸을 맞대고 서 있자니 어색했지만, 2곡이 끝날 무렵 몸은 자연스럽게 박자를 타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생활 임금 쟁취하고, (생활 임금 쟁취하고!) 파업 투쟁 승리하자! (파업 투쟁 승리하자!)”
긴 구호를 따라 외치다 박자를 놓치는 사람이 생겼고, 그 틈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박경화 밴드가 투쟁 현장을 다닌 경험을 녹여 만든 노래는 쓸쓸한 분위기여서 빗소리와 잘 어우러졌다. 찬 공기에 손바닥이 얼얼해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손뼉을 계속 쳤다. 눈을 돌려 옆을 보면 같은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고, 바깥에는 그칠 기미가 없는 비바람이 들어왔다. 이 온도, 이 습도, 이 흐린 하늘. 익숙한 학교 본관 앞에서, 각자의 투쟁 현장에서 만나 왔던 사람들과 천막 아래 꼭 붙어 서 있었다. 이 장면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한참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준비된 노래가 끝났을 무렵, 곳곳에서 앵콜을 외쳤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불나비를 불렀다.
“친구야 (가자! 가자!) 자유 찾으러~ 다행히도 나는 아직 젊은이라네~”
흥겨운 노래 덕에 기분이 좋아져 다음 앵콜도 내심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기상 상황 때문에 6시 무렵 문화제가 마무리됐다. 얼굴을 아는 동지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했다.

투쟁 문화제 현장에 있는 분들께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에 응해 주셨다. 아래에 케세라 부원인 별과바람과시(이하 별바시) 님, 서면시장노조 허진희 동지, 부산대 비정규교수노조 이수경 선생님의 인터뷰를 실었다.
| - 케세라 별바시 님 투쟁 문화제 날이 별바시 님의 생일이었던 지라 현장에서 부원들과 함께 생일을 축하했다. 참여 소감을 묻자, 생각만 하고 오지 못했던 투쟁 현장에 함께 갈 기회가 생겨 기뻤다고 말했다. 그리고 "농성하시면서 부디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시고 임금투쟁 꼭 승리하시길 빕니다!! 투쟁!🔥 " 이라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허진희 동지 허진희 동지는 민주노총 서면시장번영회지회의 소속으로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2021년 5월부터 투쟁 중이다. 이수경 선생님이 예전부터 서면시장 복직 투쟁에 연대하였는데, 박경화 밴드를 비롯해 그곳에서 만난 동지들이 부산대 파업 투쟁 소식을 듣고 다시 연대하러 오셨다고 한다. 진희 동지는 서울부터 울산까지 전국 곳곳의 투쟁장에 다니는데, “항상 만나는 동지들이기에 어디든 연대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밝혔다. - 부산대 비정규교수노조 이수경 선생님 1) 투쟁 문화제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이수경 선생님을 중간 다리로 하여 투쟁 문화제가 성사되었다. 동지들을 알고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어서 사회를 맡으셨다고 말씀하셨다. 부산대의 상황에 선뜻 달려온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면시장 동지들에게 미안함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부산대의 임금 투쟁은 서면시장 동지들의 복직 투쟁과 또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더 어려운 상황에서 투쟁해 온 동지들에게 충분히 연대하지 못했기에 그런 감정을 느끼신다고 했다. 2) 당일 비가 왔는데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일주일 전부터 비 예보가 있는 것을 알고 천막을 미리 대여했다고 한다. 무대 설치에 가장 어려움이 많았는데, 천막 안까지 전선을 연결하고, 마이크를 쥘 때 감전되지 않게 주의가 필요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선뜻 와서 노래해 준 박경화 밴드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셨다. 3) 사회에서 ‘반가운 봄비처럼 사람들이 모였다’고 말하셨는데 어떤 의미였는지? 문화제 준비 때문에 비가 오지 말라고 기도했지만, 산불 때문에 와야 했던 비여서 반가운 봄비같았다고 설명해주셨다. 4) 학기 중에는 투쟁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문화제 다음 날 부산대측과 실무 면담을 가졌지만, 학교측 입장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강사님들 처지는 알지만, 우리도 어렵다’라나. 선생님은 학기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천막에 더 많이 모일 테니 함께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파업 투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만났지만, 그곳에서 함께 모여서 노래를 듣고 부르며 옆에 있는 동지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의 기고글을 다시 생각해본다.
“주저앉은 우리는 낮고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천막은 따사롭고 웃음 넘치며 온기로 가득합니다. 우리의 존엄을, 곁에 있는 이들의 존엄을 서로가 지켜내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 기사
1) 이수경, [기고] 본관 앞 천막에서 총장께 드리는 제언, 프레시안, 2026.02.06.,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020614504470662.
2) 이상룡, [기고] 한국 대학을 지탱해온 숨은 노동, 프레시안, 2026.02.10.,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021015574355308.
3) 최나현, [기고] 고립된 노동 속에서 만남을 시도하기, 프레시안, 2026.02.19.,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021914482258476.
4) 정윤서, 박선영, [우리 안의 층] 7년 만에 다시, 천막에서 강의계획서 다듬는 강사들, 채널PNU, 2026.02.28, https://channelpnu.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38608.
5) [행사] 부산대, 미래 천년을 향한 릴레이 기부 출범식 개최 - 기부자 기리는 「디지털 명예의 전당」 신규 조성 오픈, 부산대학교발전재단, 2025.11.25., https://fund.pusan.ac.kr/page?menuCD=000000000000567&mode=DETAIL&seq.
6) 정윤서, [총장 인터뷰] "80년의 동력, 이제 'Global Top Tier'로", 채널PNU, 2026.02.28, https://channelpnu.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38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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